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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숙명공주 태지석 보존처리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전시를 위한 유물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조건은 좋은 상태입니다. 당연히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유물들은 그런 상태이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보존처리를 해서 좋은 상태로 만듭니다. 현재 우리 박물관에서는 6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나라의 복을 담은 태항아리)’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상태의 유물 십여 점을 보존처리하고 전시하였는데, 그 중 가장 상태가 좋지 않고 보존처리 과정도 복잡했던 한 유물을 소개하겠습니다.

그 유물은 ‘숙명공주 태지석’입니다. 숙명공주(1640~1699)는 효종과 인선왕후의 셋째 딸이고 공주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앞면에, 태를 묻은 날을 뒷면에 새긴 석제유물이 태지석입니다. 태지석은 태를 담았던 태항아리와 함께 짝을 이루고 있고, 크기는 가로 세로 32.8 cm, 높이 4.5 cm 입니다.

 

사진 1. 숙명공주 태항아리와 태지석

숙명공주 태지석은 육안으로도 쉽게 과거의 보존처리가 확인됩니다. 상단과 하단이 어긋나게 붙여져 있고 접합된 면 사이에 빈 공간이 넓어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재질의 특성상 겹겹이 쌓인 층이 들떠 있기도 하였습니다. 표면 위 일부에는 과거에 접합하면서 사용했던 접착제가 두껍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유물을 안정적인 상태로 전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보존처리를 최대한 제거하고 어긋나게 붙여졌던 부분을 수정하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보존처리를 시작하기 전, 과거에 어떤 접착제가 사용되었는지 또 이 유물이 어떤 암석인지를 분석해보았습니다. 푸리에 적외선 형광분광기(FT-IR)로 접착제를 분석한 결과, 시아노아크릴계(순간접착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X선 형광분석기(XRF)와 X선 회절분석기(XRD)로 암석의 재질을 분석한 결과, 편암이라고 분석되었습니다.

※ FT-IR : 적외선으로 유기물의 성분을 확인하는 분석, XRF : X선을 이용하여 무기물을 원소의 형태로 분석, XRD : X선을 이용하여 무기물을 화합물의 형태로 분석

순간접착제는 빠르게 굳고 접착력이 좋지만 한번 붙이고 나면 재조정이 어렵습니다.  편암은 열과 압력에 의해 변성되었고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보다는 판 모양으로 얇게 쪼개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다행히 아세톤은 편암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아세톤을 이용하여 순간접착제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어긋나게 붙였던 부분들은 아세톤을 이용한 증기법(유물과 용제를 함께 밀폐시켜 간접적으로 기체를 이용하여 과거 접착제를 분리하거나 제거하는 방법)으로 분리시켰습니다. 분리되어 뒤집어 본 접합단면에는 과거 보존처리 할 때 어떻게 접착제를 발랐는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누가 보존처리를 했는지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가 있었습니다. 지문이 선명하게 찍힌 흰색 가루가 굳어져 있었습니다. 흰 가루의 일부를 분석해보니 순간접착제와 같은 성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분리된 편을 접합할 때 ‘백화현상(순간접착제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여 굳는데, 저습 환경에서 굳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표면에 하얗게 올라오는 현상)’이 생긴 잔여물로 지문은 의도치 않게 찍혀 남겨져 있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2. 증기법             사진 3. 분리된 접합단면    사진 4. 지문 흔적

두껍게 발랐던 접착제들을 제거하고 들떠 있는 층의 높이와 균형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약간 기울어져 있는 부분은 납작한 왁스를 만들어 코팅시켜 지지시켜주고 가역성이 좋은 접착제(Paraloid B72)로 접합하였습니다.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기는 어려웠지만 최대한 분리된 두 부분 높이의 균형을 맞추어 완료하였습니다. 없어진 부분은 아크릴계 메움제를 이용하여 채워주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사진 5. 과거 접착제 제거    사진 6. 접착               사진 7. 색맞춤

보존처리를 통해 안정화된 상태이지만 유물의 재질 자체가 많이 들떠있고 약화된 상태라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취급해야 합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유물이기 때문에 직접 찾아보고 어느 부분이 보존처리 되었는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뒷면이라서 명확한 구분은 어렵지만, 옆면으로는 보존처리된 부분을 살짝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김효윤(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