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속 왕실 유물 이야기
일곱 개의 조각놀이, ‘칠교(七巧)’
국립고궁박물관은 칠교놀이에 사용하는 일곱 개의 조각인 ‘칠교판(七巧板)’과 ‘칠교도보(七巧圖譜)’라는 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칠교(七巧)’는 일곱 개의 교묘한 조각이라는 뜻으로 ‘칠교놀이는 이 조각들을 가지고 여러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칠교판은 나무나 상아 등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형태는 삼각형과 정사각형, 평행사변형의 모양이며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제각각입니다. 이 제각각의 조각들을 다 합치면 하나의 정사각형이 됩니다. 이 조각들로 어떤 모양을 맞추는 것일까요?
일곱 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칠교판’은 ‘칠교도보’와 같이 세트를 이룹니다. 칠교도보를 살펴보면, 삼각형 · 사각형의 도형들이 모여 어떤 형상을 만들고 그 명칭이 한자로 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馳馬[달리는 말]’, ‘魚躍[뛰는 물고기]’ 등의 동물을 비롯하여 ‘璋[조복을 입을 때 허리에 끼는 홀]’, ‘圭[면복을 입고 손에 쥐는 규]’ 등의 기물, ‘三神山(삼신산)’, ‘蟠桃[복숭아]’ 등 자연물의 도안이 그려져 있는데, 바로 칠교판으로 만든 모양을 교본처럼 그려낸 것입니다.
칠교놀이는 일곱 개의 조각[칠교판]을 모두 사용하여 칠교도보에 그려진 도안을 따라 만드는 방식입니다. 혼자서 도안을 보고 따라 만들 수도 있고, 편을 이뤄 상대편이 칠교도보에 있는 도안을 가리키면, 그것을 재빨리 똑같이 맞춰 겨루는 방식으로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칠교놀이는 중국에서 전해진 것인데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행해졌는지는 불명확합니다. 1803년 중국에서 칠교놀이 관련 책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 이전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놀이문화로 정착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에 소개한 칠교도보와 칠교판은 조선 제23대 왕 순조와 순원왕후의 셋째 딸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년)의 양자인 윤용구(尹用求, 1853-1939년) 가문의 전래품입니다. 조선시대 왕가 및 양반가에서도 이러한 놀이를 즐겼음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칠교놀이는 ‘유객판(留客板)’이라고도 하는데, 손님이 방문했을 때 음식이나 차를 내오는 동안 기다리면서 즐기는 놀이라는 뜻입니다. 서양에서는 ‘탱그램(Tangram)’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곱 개의 조각 때문에 7인의 마법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칠교놀이는 동서양에서 모두 행해진 놀이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공간지각 능력을 기르는데 이만한 놀이가 있을까 합니다.
* 참고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놀이』 , 2015년
안보라(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