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시
특별전시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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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3-09-15~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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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2층 기획전시실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활옷은 조선의 공주·옹주가 혼례에 갖추어 입었던 의례복이다. ‘활옷’이라는 명칭이 기록에 나타나는 것은 근대기부터지만, 붉은 비단에 각종 무늬가 한가득 수놓아진 여성 혼례복, 그 형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인 홍장삼紅長衫에 이른다. 홍장삼은 가장 귀한 붉은색인 대홍大紅으로 염색한 옷감에 백년해로百年偕老, 다산多産, 장수長壽 등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의미를 담은 다양한 무늬를 수놓아 정성스레 만들었다. 조선왕실의 울타리를 넘어 점차 민간으로 퍼진 활옷에는 이제 갓 부부가 되는 모든 인연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축원하는, 그들의 삶이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긴 홍색의 옷, 홍장삼紅長衫과 활옷
진한 붉은 비단 위에 자수 등 장식이 더해진 활옷은 우리 고유 복식의 전통을 이은 긴 겉옷으로, 치마‧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해 혼례복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조선왕실에서는 ‘길이가 긴 홍색 옷’이라는 뜻의 ‘홍장삼紅長衫’이라는 명칭으로 기록했고, 널리 알려진 ‘활옷’은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온 용어로 근대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조선왕실 혼례와 관련된 기록에서 등장하는 ‘대홍단자겹장삼大紅段子裌長衫’ ‘직금織金 홍장삼’ ‘부금付金 홍장삼’ 등을 통해 조선 전기부터 혼례복으로 홍장삼, 즉 활옷을 착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례嘉禮, 왕실의 아름다운 혼례
왕실의 혼례는 오례五禮 중 하나인 가례에 속해 국가의례로 거행되었다. 주인공의 위상에 따라 격에 차이를 두었는데, 왕비나 왕세자빈이 육례六禮를 치렀다면 공주나 옹주의 혼례는 이보다 간소하게 사례四禮로 치렀다. 가례청嘉禮廳을 설치해 의례를 주관하고 관련 기록으로 『가례등록嘉禮謄錄』을 편찬했다.
▲ 공주, 궁을 떠나다 ▲ 해질녘, 동뢰연同牢宴
동뢰연은 혼례 절차 중 가장 핵심적인 의식으로, 오늘날 결혼식에 해당한다. 신랑 신부가 마주서 절을 주고받고, 술을 나누어 마심으로써 부부의 연을 맺었다. 활옷은 공주가 동뢰연을 치를 때 착용하는 옷으로 공주의 혼례복을 대표했다.
▲ 아름다운 의미, 활옷
공주가 동뢰연에서 착용한 활옷은 진귀한 색과 현란한 장식으로 이루어져 조선왕실 의례복 가운데 가장 화려한 옷으로 꼽힌다. 활옷은 소매가 넓은 ‘장삼長衫’의 형태를 띤 의례복이다. 겉감의 붉은색은 가장 진한 홍색인 대홍大紅으로, 왕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색이었다. 자수나 금박 등 섬세한 기법을 활용한 장식은 활옷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활옷의 장식은 보기에 아름답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부부의 미래를 축복하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 모두에게 허락되다
조선은 검박함을 숭상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화려한 자수 복식을 금지했지만 혼례복인 활옷만큼은 예외를 허락하였다. 또한 신분보다 높은 예를 적용해 존귀한 예식임을 보이는 ‘섭성攝盛’ 풍속에 따라 일반 백성도 혼례 때에는 궁중 혼례복을 입는 관습이 널리 퍼졌다.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널리 착용하게 된 활옷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혼례복으로 자리잡았다.
▲ 다시 태어난 활옷
조선의 활옷은 현재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전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안전한 보존·관리를 위해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소장 활옷은 최근 이와 같은 노력으로 되살아난 조선시대 전통 혼례복이다. 특히 이번 활옷 보존처리는 방탄소년단 RM(본명 김남준)의 후원을 계기로 민간과 국가기관이 우리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을 위해 협업한 사례이다.
▲ 여러 손길로 정성스레 만든 활옷
공주가 혼례를 치를 때 입었던 활옷은 조선의 공주라는 신분, 왕실 혼례라는 국가적 행사의 규모에 걸맞게 제작 기법이 까다로운 옷 중 하나였다. 궁중에서 직접 만들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고급 직물을 사용해 옷을 짓고 다양한 자수 기법으로 복福을 담은 무늬를 수놓았으며 금박까지 더해 공들여 만들었다. 활옷을 만들 때는 여러 관청이 재료의 조달부터 제작과 공급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분업하여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철저한 분업 속에서 여러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활옷에는 조선왕실 고유의 기술과 체계적인 제작 과정이 담겨 있다.
활옷 만개 Blooming Hwarot
전통 여성 혼례복인 '활옷' 자체에서 영감을 얻은 이 곡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 가문과 가문의 화합이 시작되는 결혼을 차분한 사운드와 깊이 있는 공간감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궁궐의 혼례에서는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악기가 배치만 되었을 뿐 연주되지 않았는데, 이는 혼인 자체는 기쁜 일이나 무게 또한 무거운 일이기에,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는 조상들의 삶의 지혜에 기인한 것이다. 곡에서도 이를 반영하여, 진중하고 느린 호흡의 소리를 주요 소재로 설정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다양한 사운드를 직접 디자인하여 사용하였다.
곡의 시작은 두 남녀의 어색하지만, 설렘이 묻어나는 분위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내 소리는 다시 차분해지고, 너무나도 다른 두 남녀가 서로에게 맞추어나가는, 현실의 어려움과 앞으로 더욱 무거워질 어깨를 연상케 하는 길고 진중한 사운드가 이어진다.
곡의 마지막 부분은 인간이 결혼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자손을 낳아 번영하듯이, 물방울 소리를 이용한 새 생명의 탄생, 삶의 순환에 대한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곡에서 사용된 화성적 구성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음악인 ‘수제천’의 첫 도입부 피리 선율을 차용하여 작곡하였다. 완전 4도 간격의 음 여러 개를 동시에 쌓으며 진행되는 화성은 깊고 진중한 소리를 이뤄 전시 공간 전체를 아우른다.
작곡 정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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