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 소개
[2021년 8월] ‘합천’과 ‘장흥고’가 새겨진 분청사기대접
‘합천’과 ‘장흥고’가 새겨진 분청사기대접 粉靑沙器印花文陜川長興庫銘大?
Buncheong Bowl with Inscription of “Hapcheon” and “Jangheunggo”
조선, 15세기 | 높이 7.5cm, 입지름 18.3cm, 바닥지름 6.5cm
2F 왕실의 생활실
15세기에 제작된 글자가 새겨진 분청사기 대접이다. 도자기 바탕에 도장을 눌러 찍어 홈을 파고, 백색 흙을 채워 넣는 인화(印花) 기법으로 무늬를 새겼다. 그릇 표면 전체를 점으로 채우고, 바깥 면에 ‘합천(陜川)’과 ‘장흥고(長興庫)’란 글자를 각각 새겼다. 합천은 지역 이름이고, 장흥고는 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까지 존재했던 관청 이름이다. 인화 무늬와 함께 지역이나 관청명을 새긴 분청사기는 15세기에 자주 나타난다. 이 시기 나타는 일률적인 디자인은 그릇들이 일정한 규칙에 맞춰 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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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바깥 면에 ‘장흥고(長興庫)’가 새겨짐, 오른쪽 : 바깥 면에 ‘합천(陜川)이 새겨짐
자기에 새겨진 ‘합천’은 이 그릇이 만들어진 제작소를 가리키며 ‘장흥고’는 그릇의 납품처를 의미한다. 장흥고는 왕실용품을 조달하고 관리했던 관청이다. 즉, 이 분청사기는 경남 합천에서 제작되어 궁중에서 사용했던 그릇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릇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15세기 초 태종(太宗, 재위 1401~1418년)과 세종(世宗, 재위 1418~1450년)이 내린 명령에서 시작한다. 행사 때마다 장흥고에서 관리하는 그릇들이 자주 사라지자 관청 이름을 새겨 분실 혹은 도난을 방비하게 했고, 전국 각지에서 납품되는 그릇에 지역 이름이나 장인의 이름을 새겨 품질을 감독했다. 분청사기에 새겨진 다양한 이름은 조선 초기 왕실용품을 어떻게 공급하고 관리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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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buncheong bowl inlaid with the characters “陜川” (Hapcheon) and “長興庫” (Jangheunggo). “Hapcheon” refers to the region where the bowl was produced, and “Jangheunggo” indicates the name of the government office to which it was to be supplied. Ceramic wares were inscribed with their production location and the name of the office of intended use in order to ensure quality and prevent th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