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호갑’ 보존처리 사례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다양한 가죽문화유산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호갑은 조선시대 왕실의 어보와 인주를 담은 보록과 주록을 담아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된 가죽가방을 말합니다. 사각형의 몸체와 뚜껑, 메는 끈(담편)으로 분류됩니다. 몸체는 사각형이고, 뚜껑은 율각栗角형입니다. 호갑은 면단위로 갈색가죽을 재단하고 천과 종이를 배접하였고, 외각 테두리는 흰색가죽으로 감싸 실로 박음질되어 있습니다. 면과 면은 실로 박음질하여 입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존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 유물의 크기 등의 제원을 기록하고, 구조와 성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X-ray촬영, 현미경 분석, 성분분석 등을 실시하였습니다. X-ray촬영 결과, 형태 복원을 하기에 구조적으로 무리가 없으며, 현미경 분석을 통해 표면 균열의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금속장식 분석결과, 뻗침대와 앞바탕은 구리(Cu 60% 이상), 아연(30% 정도) 합금이였습니다.
분석 |
배 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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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40 |
X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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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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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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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분석(뚜껑 정면)
호갑 보존처리 시 인위적인 복원과 약품사용을 최소화하고, 유물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① (가죽) 이물질 제거
호갑의 내부와 외부에 있는 이물질을 부드러운 붓과 정밀분사기(Air brasive gun), 다양한 질감의 지우개(Tombow Eraser, Staedtler Mars plastic)을 이용하여 제거하여 주었습니다.
금속장식은 표면에 있는 이물질 등을 제거 후, 약품(Paraloid B72 5%(in acetone))으로 2~3회 표면 코팅처리 하였습니다.
구김 부분에 고어텍스, 정밀입자분사기(Preservation pencil)를 이용하는 수분 주입으로 가죽에 연화되면 수분의 양을 조절하여 천천히 호갑의 형태를 잡아갔습니다.
④ (가죽) 접합
가죽은 부분적으로 찢어져 들떠서 말려있고, 찢어진 부분의 배접 천과 실은 올이 풀려 있습니다. 구김 완화처리 시 문진으로 압력을 가하였을 때 가죽에 물리적 손상이 우려되는 부분은 소맥전분풀(단백질 성분을 제거한 밀가루 풀)로 약하게 접착하여 주었습니다.
⑤ (가죽) 보강처리
구김 완화처리가 완료되면 찢어지거나 들떠있는 부분과 올이 풀린 실을 소맥전분풀로 접착하였습니다.
20세기 초까지 가죽 유물의 유연성과 강도를 회복시키기 위해 사용한 예를 찾아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약품 사용을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약품 사용에 대한 피해 사례가 명확하게 대두되고 있지는 않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가죽문화유산 보존처리 시 약품 사용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보다 다양한 재질의 가죽(어피 등) 보존처리 사례를 소개할 예정으로, 양질의 선행연구자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보존처리 방향을 제시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