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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보존처리 계획 수립을 위한 과학적 조사-나이프를 중심으로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유물 보존처리를 시작하기 전 상태 및 재질 등을 조사하여 유물에 필요한 보존처리 계획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보존처리 계획에는 보존처리 범위, 방법, 처리 과정 등이 포함됩니다.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물의 손상 상태에 대해 조사하고, 재질을 분석하여 현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존과학자는 유물 상태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처리 목적이나 활용 방안 등을 고려하여 처리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번 보존처리 이야기에서는 서양식 식생활 유물 중 나이프를 중심으로 보존처리 계획 수립을 위한 과학적 조사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유물 조사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근대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서양식 식생활 유물이 다수 소장되어 있습니다. 식기, 주방용구 등 다양한 종류와 재질로 이루어졌으며, 대다수 국외에서 수입된 것입니다.

서양식 식생활 도구 중 테이블에 쓰이는 은기류를 커트러리(Cutlery)라 부르며, 식사용 기구로 나이프 세트(Knife set), 포크(Fork), 스푼(Spoon)이 있습니다. 고궁박물관 소장 유물중에도 나무 상자에 보관되어 있는 나이프 세트가 있습니다. 한 세트 당 60여개의 나이프로구성되었으며, 한 종류의 나이프이지만 제조사에 따라 형태와 크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여러 세트의 나이프는 궁에서 열리는 연회(宴會)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육안 관찰

유물의 물리·화학적 피해 양상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체적인 상태 및 세부 손상 양상 등을 사진과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도1,2 나이프 세부 손상 사진 

육안으로 나이프를 살펴보면 나이프 날(Blade) 표면은 부식화합물이 덮여있으며, 일부 날에는 제조사명이나 사용관청(官廳)명이 음각으로 적힌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루(Handle)는 슴베(Tang, 나이프에서 자루까지 이어지는 날의 일부분)로 인해 갈라지거나 변색되었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유물 세부 손상 양상을 확대하여 관찰하기 위해서 현미경 촬영을 합니다. 현미경 촬영을 통해 부식화합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명문이나 균열, 오염 양상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3,4 나이프 현미경 사진

■ 내부 구조 조사

X-선 투과조사(X-ray Radiography)를 하여 상감문양, 명문, 부식정도, 결함, 내부구조, 제작기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이프의 내부 구조를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나이프의 제작 방법에 대해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중 「X-선을 이용하여 살펴 본 유물의 제작 방법」 참조) X-선 사진에서 나타나는 명암의 차이로내부의 결함(균열, 부식부위 등)을 사전에 확인하여 안전한 보존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도5 나이프 X-선 사진

■ 성분 분석

나이프의 날과 자루는 다른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각 재질에 맞는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성분 분석을 하였습니다.

나이프 날은 X-선 형광분석기(XRF, X-ray Fluorescence Spectroscopy)를 이용하여 성분 분석을 하였습니다. 성분 분석 결과 99% 이상의 철(Fe)과 미량의 망간(Mn), 크롬(Cr)이 검출되었습니다. 나이프 날은 탄소 공구강에 절삭성능, 내마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원소를 합금한 합금 공구강(Alloy tool steel)을 사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표1 나이프 XRF 분석 결과

나이프 자루는 퓨리에변환 형광분석기(FT-IR, Fourier-transform Infrared Spectroscopy)를 이용하여 성분 분석을 하였습니다.


나이프 자루가 상아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어 상아 시료와 비교·분석하였습니다. 상아는 코끼리 위턱의 송곳니로 상아질(Dentin)로 이루어졌으며, 상아질은 무기질 75%, 유기질 20%, 물 5%로 구성됩니다. 무기질은 칼슘(Ca) 27%, 인(P) 13%, 이산화탄소(CO2) 3.3%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기질의 대부분은 콜라겐(Collagen)이며 미량의 시트르산, 젖산, 헥소사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이프 자루와 상아 시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나이프 자루와 상아 시료는 유사한 스펙트럼을 보입니다. 약 1200~1700cm-1에서 Amide 밴드가 나타나는데, 이는 콜라겐 2차 구조의 대표적인 양상을 뜻합니다. 약 1040cm-1은 PO43- 밴드이며, 이는 상아의 무기질 성분인 인
회석(Hydroxyapatite, Ca10(PO4)6(OH)2)에 의해 나타난 파장입니다. 분석 결과를 통해 나이프 자루는 인회석과 콜라겐이 주성분인 상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도6 나이프 FT-IR 분석 결과

■ 보존처리 계획 수립

유물 조사 및 성분 분석 결과, 공구강으로 제작된 나이프 날은 철 부식화합물로 덮여있으며, 상아로 제작된 자루는 이물질로 인해 변색 및 오염되었습니다. 나이프 표면에 명문이나 로고가 있으며, 이는 서양식 생활유물의 수입처나 제조사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가려진 명문이나 로고가 나타나게 이물질을 제거하며, 외부 부식인자를 차단하여 2차 부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이프의 보존처리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① 이물질 제거

나이프 날에 새겨진 명문이나 로고가 부식화합물에 덮여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밀분사가공기(Air-abrasive)를 사용합니다. 정밀분사가공기는 공기압으로 미세한 유리분말(10~40μm)을 분사시켜 금속유물에 형성된 부식화합물 및 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유물의 상태에 따라 공기압을 조정하여 유물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유의하며 처리하여야 합니다.

상아로 제작된 나이프 자루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용제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오염물에 따라 다양한 용제가 사용될 수 있으며, 용제가 유물이나 오염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전테스트는 필수적입니다. 테스트 결과, 증류수와 아세톤을 1:1로 희석한 용제가 가장효과적으로 판단되어 이를 적용하여 이물질 제거를 합니다.


도7,8 이물질 제거 용제 테스트

② 강화처리

강화처리는 약화된 금속유물에 수지를 주입하고 표면을 피복(Coating)함으로써 유물을 강화시켜 주며, 공기 중의 습기 및 오염가스의 부식인자도 차단해 줍니다. 강화처리에서 중요한 것은 균열이나 틈과 같은 파손부위까지 수지가 고르게 침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이프 날을 저농도로 희석한 아크릴계 수지(Acryl Resin)를 2~3회 도포하여 처리합니다.

③ 접합 및 복원

균열이 발생한 나이프 자루 중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유물을 대상으로 접합 및 복원을 합니다. 접합·복원제는 여러 형태의 합성수지와 접착제, 충진제가 있으나 보존처리 목적에 맞는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접합 및 복원이 필요한 나이프의 자루는 골각 유물에서 복원제로 많이 사용되는 파라핀과 밀랍을 혼합한 용제를 사용하여 처리합니다.

유물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처리계획을 세우는 것은 유물에 필요한 최소한의 처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처리 과정에서 조사된 자료는 기록·보존하여 향후 보존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조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 참고문헌

• Zuowei Yin, Pengfei Zhang, Quanli Chen, Chen Zheng, Yuling Li, A comparison of modern and fossil ivories using multiple techniques, GEMS&GEMOLOGY, 2013, VOL.49, NO. 1.
• Celine Chadefaux, Anne-Solenn Le Ho, Ludovic Bellot-Gurlet, Ina Reiche, Curve fitting Micro-ATR-FTIR Studies of the amideⅠ and Ⅱ bands of type Ⅰ collagen in archaeological bone materials, e-PS, 2009, 6, 129-137.
• Sila Tripati, Ian Godfrey, Studies on elephant tusks and hippopotamus teeth collected from the early 17th century Portuguese shipwreck off Goa, west coast of India : Evidence of maritime trade between Goa, Portugal and African countries, CURRENT SCIENCE, 2007, VOL. 92, NO. 3.



강승희(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