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현종봉왕세자교명〉의 복원재료 제작 -변아(邊兒) 직물을 중심으로-
유물의 보존처리는 대상 유물의 재질과 상태에 따라 처리 방법과 순서를 결정하게 됩니다. 조선 왕실에서 왕비·왕세자·왕세자빈과 같은 왕위 계승과 관련된 인물들의 책봉 문서를 족자(簇子) 형태로 장황한 유물인 교명(敎命)은 다양한 재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물·지류·목재의 유기질 소재 뿐 아니라 금속을 포함하는 복합 재질로, 사전조사 단계에서 각 재질의 특성과 훼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1, 2는 <현종봉왕세자교명(顯宗封王世子敎命)>으로 효종(孝宗) 2년(1651) 현종을 왕세자로 책봉하고 반포한 교명입니다.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교명문과 배접지가 분리되어 있으며, 직물의 구김과 올 풀림이 심하였습니다. 족자 형태로 장황되어 있으나 하축은 없어져 흔적만 남아있으며, 상축 가운데 부착된 오색대자(五色帶子)는 끝이 잘려나갔고 운두첨자(雲頭籤子)는 없어졌습니다. 중앙 좌·우면은 유실되고 그 자리에 상·하면의 침향운문단(沈香雲紋段)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하변아(下邊兒)는 유실되었으며, 상변아는 직물의 올 풀림과 접착제 얼룩 등의 손상이 확인되었습니다.
● 복원의 기준
교명은 다양한 재질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유물입니다. 그래서 유물의 상태조사부터 각 재질의 손상 정도에 따라 처리의 순서와 방법을 다르게 계획하게 됩니다. 교명의 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문헌으로 『현종왕세자책례도감의궤(顯宗王世子冊禮都監儀軌)』(1651년)를 참고하였고, 문헌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비슷한 연대 유물을 참조하였습니다. 현종봉왕세자교명 보다 약 2개월 뒤에 제작된 <현종비명성왕후봉왕세자빈교명(顯宗妃明聖王后封王世子嬪敎命)>과 이 교명의 제작 기록이 담긴 『현종명성왕후가례도감의궤(顯宗明聖王后嘉禮都監儀軌)』(1652년)를 참조하였습니다.
● 변아 직물의 복원과정
<현종봉왕세자교명>의 복원 대상 가운데, 변아 직물의 복원 과정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유물의 사전조사 과정에서 사진촬영과 함께 유물 실측, 손상부위 확인, 현미경 촬영, 측색 등의 상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직물의 종류는 남화문단(藍花紋緞)으로 직물의 너비가 좁고 마찰에 의한 마모로 전체문양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문양은 연화문(蓮花紋)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염색을 위한 원료는 쪽(인도산, Indigo천연염색 순도40% 분말염료)과 오리나무열매를 사용하였습니다. 푸른 계열 색상을 표현하고자 쪽 염색을 실시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색을 표현하기 위하여 오리나무열매 염색을 더하였습니다.
현재 현종봉왕세자교명의 경우 직물 염색 뿐 아니라, 다양한 재질의 상태와 특성에 따른 보존처리 방법을 파악하여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물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원래의 형태에 가깝게 복원될 수 있는 최선의 단계까지 구조적 보완을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