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유물에 사용된 나무를 알아내는 방법
손상된 문화유산의 보존처리는 여러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다. 보통, 유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존처리의 방향을 결정하여 세부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목재유물의 경우, 유물의 일부분이 없어졌거나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면 동일한 재질의 나무를 사용하여 보강하고 복원해줍니다. 이때, 어떤 복원재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유물에 사용된 나무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나무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을 수종분석樹種分析이라고 합니다.
수종분석은 육안 관찰과 현미경 분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육안 관찰은 나무의 색과 질감, 문양, 냄새 등을 비교하여 나무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인데, 유물에 사용된 나무는 이미 여러 과정을 거쳐 가공되고 조립되었기 때문에 육안 관찰만으로는 종류를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현미경 분석은 육안 관찰로 볼 수 없는 나무의 조직과 세포를 관찰하여 종류를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유물의 특성상 현미경 관찰을 위한 시료는 유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적은 양만 채취가 가능합니다.
이때, 우리가 볼 수 있는 나무 내부의 모습은 크게 삼단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횡단면, 방사단면, 접선단면이 그것입니다. 횡단면은 나무의 나이테가 보이는 면, 방사단면은 나무가 자라는 방향과 나무의 중심부를 수직으로 자른 면, 접선단면은 나무의 아름다운 결이 잘 보이는 면입니다. |
채취한 시료는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게 아래의 과정으로 프레파라트를 제작(나무 세포 및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쉽게 유리판 사이에 고정시키는 과정)합니다.
삼단면으로 구분하여 제작된 프레파라트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각 나무만의 특징적이고 아름다운 세포의 배열과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유물에 자주 쓰이는 나무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오동나무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목재·칠기보존처리실에서는 ‘17년 ~ ‘18년에 걸쳐 덕수궁 중화전의 용평상龍平床과 용평상의 받침을 보존처리하였습니다.
손상되어 없어진 부분의 복원을 위해 먼저 유물에 사용된 나무의 수종분석도 진행하였습니다.(분석수행: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용평상의 수종은 크게 피나무속, 가래나무속, 사시나무속, 활엽수재 그리고 해외 수종인 젤루통이 사용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아래는 용평상에 사용된 몇몇 나무의 현미경 사진입니다.
ㅇ 피나무과(Tiliaceae) 피나무속(Tilia spp.)
ㅇ 가래나무과(Juglandaceae) 가래나무속(Juglans spp.)
ㅇ 버드나무과(Salicaceae) 사시나무속(populuspp.)
나무의 현미경 사진을 관찰하여, 나무를 이루는 세포의 구성과 모양 및 크기, 세포들 간의 배열과 그 수, 특이세포의 존재 유무 등을 확인하여 나무의 종류를 알아냅니다. 그렇지만, 유물의 경우 앞서 말한대로 원목이 아닌 작은 조각이나,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그 종류를 세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목재·칠기에 대한 보존처리는 여러 분석 방법을 통해 사용 재질에 대한 연구를 해 나갈 것입니다. 향후 이러한 자료들이 모여 왕실문화유산에 사용된 나무가 무엇이었는지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희원(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