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기록문화유산
기과갱재록
耆科賡載錄
기과갱재록(耆科賡載錄)은 1772년(영조 48)에 기로과(耆老科)를 실시한 후 이를 기념하여 영조가 지은 시와 왕세손 및 제신들이 화답하여 올린 갱진시를 모아 엮은 것이다. 활자본 1책이다.
기로과란, 조선 시대의 여러 종류의 과거 가운데 60세가 넘은 나이든 선비들을 대상으로 설행한 시험으로, 1756년(영조 32) 대왕대비인 인원왕후(仁元王后)의 70세 생신을 기념으로 정시(庭試)로 시험한 것이 시초였다. 문과와 무과에서만 설행되었으며,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당일에 합격자를 결정하는 즉일방방(卽日放榜)의 방식으로 시험하였다. 영조대에 5회, 철종대에 1회, 고종대에 3회가 실시되었으며 각 시험마다 합격자 수 및 제한 연령 등이 각기 달랐다.
1772년에 열린 기로과는 영조가 취저(就邸)한지 60년[周甲]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설행되었다. 책의 권수에는 영조 어제 어필인 ‘舊邸唱名耆耈榜, 此誠近八一云康’이라는 7언 2구를 수록하였으며, 왕세손이 ‘盛事眞勝五老榜, 寶齡應頌萬年康’이라고 하여 답한 시가 기록되어 있다. 뒤이어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김상복(金相福), 의정부영의정(議政府領議政) 김치인(金致仁)을 비롯하여 승정원가주서(承政院假注書) 송양정(宋養鼎)까지 총 65명 신하들의 화답시가 실려 있다. 이 시들은 영조 어제의 운자인 방(榜)자와 강(康)자에 화운하였으며, 성대하게 치러친 시험을 축하하고 이를 열게 한 군왕의 은덕을 송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말에는 당시 세손우빈객(世孫右賓客)이었던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발문의 “상께서 구궐(舊闕)의 근정전에 나이 60이상 된 기로사들을 모아놓고 시험을 치렀는데, 문과에는 600여인, 무과에는 수천인이 몰려 들었다. 이때에는 시험관도 모두 60이상 된 자들로 채웠다. 이로써 시취(試取)한 뒤 왕께서 돌아와 구저에서 합격자 명단을 부르고 사제(賜第)하자 왕세손이 백관을 이끌고 호숭(呼嵩)하였다.”는 내용을 통해 당시 시험의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임금이 지은 시에 신하들이 운자를 맞추어 화답하는 갱진(賡進)은, 중국 고대 경서인 서경(書經)에서 유래되었을 정도로 군신간의 장구한 문화 중 하나였다. 임금이 특정 장소에 거둥하여 그 감회를 읊거나, 특별한 경사가 있을 경우, 건축물을 영건 및 중건하였을 때를 기념하여 주로 이루어졌다. 이는 각종 사료 및 갱진에 참여한 문신들의 문집 등을 통해 그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본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소장기호 : 古3643-5-160)과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소장기호 : 奎3507) 등에도 소장되어 있다. 국가 원로를 예우하는 당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으며 어제어필과 왕세손 및 당대 최고 문신들의 화답시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또한 본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영조어제화진첩(고궁1837), 기상패인갱재록(궁중434) 등과 연관하여 참고할 수 있다.
※목차
- 御製御筆
- 王世孫賡進
- 諸臣賡進
- 徐命膺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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